마침 리눅스형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노무현 당선자를 두고 이렇게 표현한단다.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리더십"이 바로 리눅스 리더십이란다. 위 문장에서 '리더십'이라는 말만 '시민운동'으로 바꿔보자.
"모든 소스를 공개하고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상태에서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참여해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운동"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위키백과사전

단체의 창립 초기에 리눅스형 운동과 MS형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모든걸 다 만들어놓고 '자 이런 운동 만들어놨으니까 너그들은 여기 참여해봐라'라고 주장하는 MS형 운동방식과 아이디어를 던져놓고 '이런 운동을 할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진행하면 좋을까요"라고 제안해나가는 리눅스형 운동 말이다.

수평적 네트워크와 시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민운동은 다른 말로 하면 바로 위에서 말한 리눅스형 운동을 말한다. 리눅스 정신의 핵심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개방성, 그리고 공동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공동으로 이용한다는 공유의 정신에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시민운동은 이러한 정신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운동의 정신이자 원칙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주장해온 인터넷의 힘, 네티즌의 힘, 가상공간의 역동성은 우리의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생각을 디지털 기호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것은 공상에 불과하다. 공상도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디지털 기호로 -- 그것이 텍스트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 표시될 때만 공상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시민들을 강당에 앉혀놓고, 거리에 불러놓고 마이크잡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

마이크줄을 타고 앰프로 전달되는 아날로그 소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에 흘러다니지 않는다. 토론회, 강연회, 집회와 시위 때 한 이야기를 디지털 기호로 전환시켜서 유통시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그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기록하지 않을 때 디지털 네트워크에서는 그것은 '하지 않음'으로 기록된다. 다시금 디지털 네트워크에 맞는 운동방식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체크해보는 기회를 갖자. 그동안 우리의 행적을 드러내면서.

<시민운동, 인터넷에서 살아남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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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리처드 스톨만 사인회 다녀왔습니다.

    Tracked from 랜덤여신의 폐인모드 2008/01/19 22:57  삭제

    Emacs에게 축복을, Vi에게 저주를!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트롤(게시판에서 난상 토론을 일으키는 사람)입니다. 어제, 스톨만이 연세대에서 강연을 했습니다. 높으신 분을 직접 뵙기 위해 저도 가 보았답니다. 스톨만은 자유 소프트웨어 진영과 리눅스에 아주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입니다. GNU를 만들고, GNU 도구를 만들고, GPL도 만들고... 한 일이 많아요. 그러나 그의 성격은, 좋게 말하면 직...

  2. Subject : RSS 사용료 논란, '원소스 멀티유스'의 관점에서 접근하자

    Tracked from '뉴스로그-시즌2' 팀 블로그 2008/01/20 01:21  삭제

    개인적인 일로 며칠 지방에 다녀온 사이, 언론사의 RSS FEED 이용 문제를 두고 블로고스피어에서 한차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최초의 관련 포스팅 "RSS에 사용료를 요구하는 인터넷한겨레") 몇 시간에 걸쳐 열심히 링크를 좇다보니, 많은 블로거가 정말 칼같은 의견들을 개진하고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해결방안 또한 자연스럽게 도출되면서 이제는 모종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런 게 블로고스피어의 힘이고 집단지성으로 대표되는 웹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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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랜덤여신 2008/01/19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리눅스와 오픈소스의 지도자인 리처드 스톨만의 행적을 보면 좌익적인 측면이 있지요.

    관련 트랙백 남깁니다.

    • BlogIcon 아신 2008/01/19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든 - 사실 모든은 아니지만요 - 기술에는 거기에 맞는 철학이 따라다니죠.. ^^ 리눅스... 자유소프트웨어.. 매력적입니다.

  2. BlogIcon A2 2008/01/19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눅스형 시민운동 재밌게 읽었습니다. ^^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 언론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움직이고, 단체의 지향을 실현시키려는 방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2002년은 전통적인 여론형성 방식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해가고 있다는 흐름을 일깨워주는 한해였다. 최세진씨가 지적했던 것처럼 2002년 사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던 이슈들은 대부분 인터넷상에서 여론화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중을 직접 상대한다고 했지만 사실상의 홍보와 선전은 對언론에 치우쳐 있었다. 언론이 여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던 시대는 갔다. 언론의 여론형성 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 기능은 약화되었고, 여론을 반영하는 기사, 특히 온라인 여론을 따라가는 기사들의 비중이 많아지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조중동 對 인터넷의 대결이라고 할 정도로 인터넷 여론의 힘은 커졌다.

초창기에 인터넷에 열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 미디어적 속성 때문이었다. 정보의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업자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현실적으로 오마이뉴스는 장미빛 전망을 현실화시켜준 적절한 예이다. 오연호 대표이사는 대선이 끝난 시점에 "언론권력 교체되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 아니 그 이전에 기자가 누구이고 기사는 무엇인가에 대한 공식부터 파괴했다. 그들은 독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뉴스 생산자가 되었다."

정보의 생산은 독점할 수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러한 인터넷의 기본명제를 잊고 있다. 100% 그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민단체는 정보의 생산자였고, 인터넷은 유통업자였고, 회원과 네티즌은 소비자였다. 21세기는 정보에 의해 모든게 좌우된다고 했거늘 시민단체들은 분에 넘치게 나만이 정보 생산자임을 자처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작고, 질은 네티즌의 눈높이에 맞추질 못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보 생산자의 역할을 회원에게, 네티즌들에게 넘겨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홈페이지의 탑공간을 네티즌들에게 넘겨주기에는 그들의 정보에 대한 신뢰가 너무 약하고, 과연 그렇게 우리 집 공간을 내주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3년 전, 위험하게 똑똑한 조갑제를 상식을 갖춘 수많은 네티즌이 이겼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이런 흐름은 큰 강물이 되어 대세를 이루고 있다. 3년전 산속 계곡에서 물줄기를 따라 서서히 내려오고 있던 시미단체들을 누군가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까지 데려다놓아 버린 것이다. 미쳐 준비도 안되어 있는데..... 바로 네티즌들이. 그래서 허망하다고 해야 하나. 다시 계곡으로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에 빠져죽을 수도 없고, 이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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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컨텐츠로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정직함이란 무엇일까? 그건 두가지라고 생각한다. 조직내부의 정직함과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 조직내부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것들은 의사결정, 재정, 제반 정보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 외에 우리가 월요일 아침마다 모여서 사무국 회의때 한 이야기들, 운영위원회 회의때 나온 이야기들, 우리가 그때그때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아이디어들을 있는 그대로 써서 공개하면 안될까?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정보에 마음을 열 것이다.

다음으로 시민운동가들의 정직함을 보여주는 컨텐츠는 어떤 것일까? 그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로 표현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는 웹칼럼니스트 이성진씨가 썼던 말인데 "컨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자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추출 가능한 컨텐츠"를 말한다) 이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이야기하면서 이성진씨는 두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정치인 홈페이지를 컨설팅해주면서 제안한 것인데 정치인 홈페이지의 컨텐츠라는게 정책자료나 보도자료, 동정 외에는 별반 다를 게 없더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컨텐츠를 만들 시간이나 열의가 부족하고 이를 위한 전문인력 비용도 부담되기 때문에 정치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거기서 컨텐츠를 추출해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오게 된게 '모 의원의 독서 메모'라는 메뉴다. 이 코너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로 채워진다. 간단하지만 꾸준히 기록하게 했는데 다른 컨텐츠에 비해 훨씬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오늘은 코피티션 120쪽에서 128쪽까지 읽었다. 그리고 거기서 ...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최근의 경제현상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www.snowcat.co.kr/

다음으로 예를 든 것이 스노우캣이라는 사이트이다. 필름 2.0에 카툰을 연재하는 카투니스트의 개인 홈페이지인데 그림일기와 사진게시판 등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컨텐츠를 올려놓았음에도 스노우캣 홈페이지는 랭킹닷컴의 순위 425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를 이성진씨는 독자들을 위한 기획적 측면과 라이프스타일이 잘 결합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노우캣,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사이트가 되어버렸지만)

현재 단체의 홈페이지의 [커뮤니티게시판]과 [나의게시판]은 일종의 이런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인기있다고 하는 [좋은엄마, 나쁜엄마], [아이를 키우며], [농주의 귀농생활]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라이프스타일 컨텐츠를 상근자들 개개인이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시민운동가로서의 정직함과 진솔함, 고민들을 드러내자는 것이다. 칼럼식의 글보다 일기식의 글, 한달에 한두 개 올리는 것보다 매일매일 짤막하게 올리는 글들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위 커뮤니티는 현재 에피소드라는 사이트로 발전하여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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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의 글 “인터넷에서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시민단체가 생각하는 인터넷과 네티즌들이 생각하는 인터넷에는 작지만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시민단체가 인터넷을 바라보는 관점은
① 조직화의 도구,
② 홍보와 참여의 수단,
③ 미디어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처:www.aitway.com

인터넷이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는 말도 해왔지만 그것은 인터넷이 현실세계와 똑같이 사람들이 쇼핑하고, 문화를 즐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공동체적 성격을 지녔다는 사실, 현실 세계와 가상세계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지금까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해왔다. 어느 곳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을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현실과 가상이라는 공간 사이에는 엄연한 문화의 차이, 언어의 차이, 관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여기서 문제는 시민단체가 여전히 현실세계의 논리로 인터넷 세상의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이다. 시민단체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그 속에 존재하는 네티즌이 시민단체가 내뱉는 언어와 주장에 따라 적절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공간에서 관계맺고 있는 열 사람을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들여보내보자. 그들의 의사소통방식과 언어들은 금새 달라진다.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읽을만한가?

시민단체 홈페이지에는 성명서와 보도자료가 항상 탑뉴스를 차지한다. 그러나 성명서와 보도자료는 우리 사회의 여론을 움직여왔던 전통적인 세력들 - 정부관리, 정치인, 언론인 - 을 위해 쓰여진 것이다. 여론을 움직이는 주체세력이 바뀌고 있다.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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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토론회는 현장에서 진행되는 썰렁한 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의견게시판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한 단체가 1999년에 한 포털사이트와 공동으로 사회적 현안에 관한 인터넷 생방송 토론회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토론회를 인터넷에서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론 99년 당시의 인터넷 이용자수와 초고속인터넷망 보급률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위 그림 : 오마이뉴스의 생중계, 토론회 생중계는 토론회를 그대로 생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생중계에 맞는 내용과 진행방식을 별도로 고민해야 한다.)

재미없고, 권위적인 요소가 잔뜩 묻어난 토론회는 인터넷에서도 재미없긴 마찬가지다. 이 단체는 99년도의 실험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현실세계에서의 방식을 그대로 인터넷에 가져다놓는다고 인터넷적이지 않다는 것, 인터넷이라는 공간에는 그 공간만의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유인물 홈페이지

시민단체의 홈페이지 대부분은 유인물형 홈페이지다. 그게 아니면 잡지형 홈페이지다. 유인물이 과거에는 정말 유용한 선전·선동의 도구였다. 권력의 핵심에 파장을 일으키는 매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규모 집회가 불가능해진 이유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예전과 같은 일방통행의 집회를 싫어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집회의 장소에 정보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은 유인물이 아니고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 소스는 무한하다.


과거에 거리의 집회는 집에서 있는 책과 더불어 정보를 획득하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작금의 시대적 문제가 무엇인지를 집회 장소에 뿌려지는 수십 종의 유인물과 팜플렛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보는 인터넷에 널려있다. 사람들은 집회에 오기 전에 이미 사태파악을 다 하고 오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설도 재미없고, 유인물도 그저 그렇다. 집회는 당연히 문화적인 행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는 유인물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유인물 홈페이지에 유인물에서 통용되던 언어들이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지금의 시대는 시민단체가 발행하는 유인물이 아니더라도 훨씬 고급스럽고 구체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나무도 보여주고, 숲도 보여주는 정보들이 인터넷에는 풍부하게 있다. 문제는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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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가독성이 뛰어난 글은 어떤 것일까? 아래 재미있는 예가 있다.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비 딕(Moby Dick)에 나오는 첫번째 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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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 안 가득 우울한 공기가 가득찰 때마다, 내 영혼 깊숙이 축축한 11월의 기후가 자리할 때마다, 장의사의 집 앞에 발걸음이 절로 멈춰질 때마다, 장례식 행렬 맨 뒤에서 통곡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리고,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무의식적인 욕망을 절제하기 힘들 때마다, 나는 지금이야 말로 바다로 나가야 할 때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글을 Kathy Henning 이라는 웹칼럼니스트가 아래와 같이 바꿔 버렸다. 원문이 가지고 있던 웅대함이라든가 철학적인 멋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지만 이 칼럼니스트는 "인터넷은 철학과 웅대함으로 의사소통하는 곳이 아니라"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Kathy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이 칼럼니스트의 주장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든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웅대하게 나눌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철학과 웅대함은 온데간데 없고, 온갖 잡담과 보기 쉬운 글들만이 난무하는 인터넷이란 재미없는 싸구려 잡지책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논쟁하자는 것은 아니다. Kathy가 의도한 것도 그것이 아닌 것처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대중적 소통의 공간에서 글쓰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Kathy는 모비 딕의 첫 번째 문장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나는 바다로 나가야 한다.
내가 우울하고 고독할 때,
장의사의 집 앞에 서있을 때,
장례식을 뒤따라 갈 때,
사람들을 밀치고 쓰러뜨리고 싶은 욕구를 느낄 때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단체 소개문

"만일 여러분이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찾으려 한다면, 무엇보다도 수익성 높은 고객 관계를 창출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술적 리더쉽과, 전문적 금융 서비스, 그리고 최상의 고객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위 글은 미국의 한 기업 홈페이지의 소개페이지에서 인용한 글이다. 이 기업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위의 예는 미국의 대학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는 수잔 솔로몬이 “지긋지긋한 회사소개는 이제 그만”이라는 칼럼에서 소개한 정말 지긋지긋한 회사 소개의 사례이다.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들은 어떤가? 단체 소개문구는 또 어떤가? 아름다운 공동체, 비판과 반대를 넘어 대안을, 시민의 참여로 독립적인 운동을,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과의 연대를 통해 등등. 좋은 말들이다. 이러한 단체 소개문구는 봐줄만 하다. 단체들이 홈페이지 방문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올려놓은 사업계획서, 보도자료 등은 우리조차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과 문장들로 가득차 있다.

홍보브로셔를 만들기 위해 시민단체들은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하고, 수차례의 회의를 통해 단체가 하는 일을 좀더 쉽고 명확하게 소개할 단어들을 찾아낸다. 그리고 브로셔를 수천부씩 찍고, 수백만원의 예산을 아낌없이 지출한다. 몇 달 후, 홍보브로셔는 사무실 한켠에 쌓여만 간다.

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 중에 홈페이지의 단체 소개 문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 단체가 2003년 하반기에 홈페이지를 개편한 이후 두달동안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페이지는 바로 “단체 소개 페이지”이다. 두달 동안 단체 소개 페이지의 조회수는 15,000클릭에 달한다. 단순하게 비교해본다면 홍보 브로셔가 15,000장 유통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홍보 브로셔는 조직 책임자의 최종 검토까지 거치면서 신경 쓰면서 홈페이지의 단체 소개페이지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딴지일보식 글쓰기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 식의 글쓰기가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 네티즌들의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졸라’와 ‘씨바’로 표현되는 과감한 욕, 반말투의 글이 핵심은 아니다. 술집에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자세, 즉 눈높이가 핵심이다. 딴지일보의 포르노사이트 차단에 대한 소송원고인단 모집 소송 기사를 보자.
"본지 드디어 원고인단을 모집한다. 즉, 그간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을 청구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거다" 근데 무슨 재판이냐구? 벌써들 잊으셨는가! ISP 업체의 불법 필터링 말이다. 기억 안나시는 분덜은 여기를 클릭하시라. 다시 말해, 지난 시절 잘 접속되던 해외 성인 싸이트를 정통부 지시로 ISP업체들이 아무런 사전공지없이 차단함으로써 그간 소비자인 우리가 받아온 피해를 법적으로 보상받자는 거다. 사용료는 다 내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못 받은 거 아니더냐."
만약 시민단체가 이 이슈를 가지고 소송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전달했을까? 이미 정해진 틀이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머리 속에 그려질 것이다.

"0000은 네티즌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포르노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차단한 ISP업체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계획하고 1월 8일부터 원고모집에 들어갑니다. 소송절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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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flickr.com/photos/jeope/404279066/

(우리 누구에게 무슨 목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물론 시민단체들의 글쓰기도 눈높이에 맞춰서 쓰여진다. 누구의 눈높이에? 바로 언론사 기자들의 눈높이다. 그런 식의 방식이 나쁘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정말 나쁜건 기자나 정부 관계자의 눈높이에 맞춘 글들만 홈페이지에 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제기하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해왔던 네티즌들이 대부분인데 말이다. 우리 단체의 홈페이지에 누가 와서 글을 읽기를 바라는가? 기자인가, 정부관료인가, 국회의원인가?

인터넷에서 글쓰기할 때 필요한 자세가 있다. 첫 번째는 관료주의 문체를 과감하게 버리는 것, 두 번째는 옆집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쓰는 것, 세 번째는 공문들의 복사본은 과감하게 폐기해버리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려진 내용의 상당부분은 옆집 사람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관료주의적인 문체들로 가득찬 공문들의 복사본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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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조르바박 2008/01/21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이어서 퍼갑니다.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한 단체에서 웹기획을 담당하고 있을 때 사무처 내에서의 장기적인 웹전략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작성한 글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웹이라는 공간에는 수많은 변화들이 생겨났지만 문제의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위안이면서 동시에 불안을 엄습하게 하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사실 [인터넷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그 글은 "웹" 전략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열정을 품고 있었던 세상을 변화시키는 "운동"에 관한 평가이고 기대였습니다.

최근에 상황과 달라진 몇곳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정 없이 나누어서 올리려고 합니다. 당시 웹전략의 논의를 시작하는데 단초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기 때문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특정 단체의 상황을 고려하여 작성했기 때문에 모든 시민단체에 맞는 이야기는 아님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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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의 의미는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공간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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